“지현아, 여기 갈래?”

“뭐하는덴데?”

“어... 먹고 자고 싸고 공부하는 데.”

“.......”

정말 이러했다. 이제 11학년으로 올라가는 만큼 시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던 터라 약간의 걱정도 있는 시기에, 내 어머니는 인터넷을 몇 번 뒤적거리시더니 한 웹사이트를 보여주셨다. 아, 용인외고 관련 캠프구나, 내 첫 생각은 그러했다. 덕분에 어느정도의 신뢰성이 보장되는 듯 했고 한달동안 숙식제공에 severe한 환경. 완벽하지 않은가! 학생은 빡세게 굴려야한다는 모토아래 나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그날 오후에 구매하게 되었다.

뭐, 일단 서두는 이정도로 해 두자. 글로벌 캠프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가지 감정이 섞여있는 “ambivalent"한 캠프였다. 첫날에는 정말 딱 죽고 싶었다. 아니, 적어도 딱 절벽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수업은 하는데 CR과 Grammar, 그리고 Essay 시간에는 내가 누군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나마 수학시간에 제일 내 아이덴티티가 회복되었고, 사실 수학 시간을 제일 고대했었다. 왜냐하면 그게 제일 나았으니까. 그리고 문제 풀기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CR이고 essay고 grammar고 그냥 다 치우고 집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첫 번째 부모님과의 통화 시간에도 그렇게 불평하고 투정했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허허허. Study hall 시간이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CR과 Grammar는 여전히 이해가 힘들었지만 서서히 괜찮아졌다. Grammar의 패던도 서서히 알아갔고 ‘아, 이런 문제 나왔었지’ 하는 것도 늘었다. 첫날에 허색하게만 앉아있던 멋쟁이 Boston!!!반과도 친해지기 시작했다. 감옥 안에서만 갇혀 있는 듯 했는데, 사실 죄수는 나만이 아니었던것 같은 동질감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첫 번째 actual test를 쳤고, 결과를 알았다. Placement test때 보다는 조금 오른 성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더 크게 격차를 벌리게 올리고 싶었지만 어차피 나온 결과에 무슨 말을 하랴. 다음 기회에, 그것도 바로 다음 주인데 하지 뭐 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왜인지 성적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속상한 마음도 커져만 갔다. ‘내가 숙제를 한시, 두시까지 하고 하는데 왜!’. 노력이 항상 보상받지는 않는다는게 무슨 말인지 약간 이해가 갔지만 역시 아직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애초에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후로 또 몇 주를 지내고 나니 이제 짐 싸라는 말을 들었다. ???

사실 캠프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려운 마음도 있었고, 잘 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잘 안 될 때가 많았다. 내적 문제도 많이 있었고, 여기 온 의미가 뭔지 고민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괜찮게 돌아갔던 것 같다. 매주 세 번씩 해 주시는 대학이나 시험 관련 특강도 유용했고, 과목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 다 좋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라고 묻는다면 선생님 모두 아직 학생이거나 젊다는 점? 단순히 학원에서 전략만을 가르치는 50대 강사 보다는 훨씬 대학 경험이 valid하고 실제적인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딱히 단점을 꼽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일정은 내가 생각하기엔 적당을 조금 넘는 빡셈(?) 이었으니까. 실제로 중간에 분반을 한 번 했는데, 당시에는 친해진 아이들과 떨어지는 것이 싫어 불편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action이었다. 본인의 레벨에 맞는 수업을 듣는 것이 더 효과적이니까. 잡설을 덧붙이자면 나는 되로록이면 분반해서 만난 새로운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지 않았다. 만약 친해진다면 분반한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숙사의 룸메도 너무 재미있었고 발랄한 녀석이어서 너무 좋았다. 한방에서 둘이 생활한다는 것으로 트러블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런것도 없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성적은 아직도 발전해야할 부분이 많다. 나로써는 이 시험이 무엇이고 어떻게 공부해야하며 익숙해 질 수 있는지 알게 되어서 뜻깊은 캠프의 한달이었다. 두서없고 몇몇가지가 빠졌을테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다 쓴것 같고 여기까지 읽게 되실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한달동안 돌봐주신 제리 쌤, 담임이자 CR 선생님이셨던 재연 쌤, Grammar 꽃님 선생님 예림 쌤, 수학 여신 니콜 쌤 다 감사합니다. 에thㅔ이의 thlthlth가 중요하다고 알려주신 insightful한 상철 쌤 감사합니다.

[본 게시물은 제5회 1차 글로벌캠프 참가자 한지현 학생이 직접 수기로 작성한 후기를 옮겨 놓은 것입니다]